한국 정부, 아세안과 손잡고 캄보디아 온라인 도박·사기 근절 나선다

한국 정부, 아세안과 손잡고 캄보디아 온라인 도박·사기 근절 나선다

한국 정부가 캄보디아를 중심으로 확산 중인 온라인 도박 및 투자 사기, 인신매매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아세안(ASEAN) 회원국들과의 공조 강화에 나섰다. 정부는 오는 10월 말 말레이시아에서 열리는 아세안 정상회의에서 이 문제를 공식 의제로 상정하고, 공동 대응 체계 구축을 제안할 예정이다.
최근 동남아시아에서는 가짜 채용 공고를 미끼로 한 온라인 구인 사기와 감금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캄보디아의 프놈펜(Phnom Penh)과 시아누크빌(Sihanoukville)은 불법 카지노 사이트 및 사기 조직의 중심지로 꼽히며, 한국인을 포함한 다수 외국인 피해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17일 브리핑에서 “이번 아세안 정상회의를 계기로 캄보디아 등 주변국과의 공조를 강화하고, 정보 공유 및 공동 수사 체계를 마련할 방침”이라며 “다국적 범죄 특성상 단일 국가 차원의 대응에는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외교부 통계에 따르면, 2025년 1월부터 8월까지 캄보디아에서 실종·감금 피해를 신고한 한국인은 330명으로, 전년 대비 50% 이상 증가했다. 현재도 약 80건이 미해결 상태이며, 정보 당국은 실제 피해 규모가 1,000명을 넘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이 이끄는 범정부 합동 대표단은 이번 주 캄보디아를 방문했다. 대표단은 훈마넷(Hun Manet) 총리와 총리실 특별위원회를 만나 불법 도박 및 사기 연루 혐의로 구금 중인 약 60명의 한국인 석방 문제를 논의했으며, 양국 간 단속 공조 및 피해자 보호 체계 강화를 위한 협력 방안을 협의했다.
한국 정부는 이번 사태의 배후에 약 20만 명이 연루된 글로벌 온라인 사기 네트워크가 존재한다고 추정하고 있다. 이들은 SNS나 메신저를 통해 피해자를 현지로 유인해 강제 노동과 금전 갈취를 일삼는 것으로 알려졌다.
위성락 실장은 “이 같은 국제 범죄는 한 나라의 노력만으로는 근절이 어렵다”며 “캄보디아를 비롯한 아세안 회원국들과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공동 대응 체계를 확립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향후 유엔(UN)과 OECD 등 국제기구에서도 관련 논의가 이어질 가능성을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