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Toggle카지노의 그림자, 캄보디아는 왜 범죄의 안식처가 되었나
동남아시아의 휴양지로 알려진 캄보디아가 최근 한국인을 비롯한 외국인 대상 납치·감금·인신매매의 중심지로 떠오르며 국제 사회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외교부에 따르면 올해 8월까지 접수된 한국인 납치 신고는 330건, 취업사기·감금 피해 사례는 252건에 달했다. 단순한 개인 범죄가 아닌, 불법 온라인 카지노 자본이 얽힌 국제 범죄 구조로 진화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중국 자본의 도박 제국, 그리고 무너진 통제
전문가들은 이 같은 상황의 근본 원인으로 중국계 자본의 카지노 산업 확장을 꼽는다. 2010년대 후반, 중국 정부의 도박 단속 강화 이후 수많은 카지노 운영자와 범죄조직이 캄보디아, 미얀마, 라오스로 이동했다. 그중에서도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은 ‘제2의 마카오’로 불릴 만큼 급성장했지만, 2019년 온라인 도박 금지령 이후 불법 카지노와 환전소, 베팅 서버실이 난립하는 무법지대로 전락했다.
부패한 공권력은 이런 구조를 방치했다. 일부 경찰과 군 관계자들이 중국계 범죄조직과 결탁하면서, 감금·노예노동·인신매매가 하나의 산업으로 자리잡았다. 팬데믹 이후 관광객이 급감하자 범죄조직은 돈 대신 사람을 거래하는 방식으로 생존을 이어갔다.
‘고수익 해외취업’의 덫, 현실은 감금소
최근 피해자 대부분은 “고액 연봉의 해외직장”이라는 미끼에 속아 캄보디아로 향한다. 현지에 도착하자마자 여권을 빼앗기고 숙소에 갇힌 뒤, 불법 베팅 콜센터나 투자 사이트 홍보 조직에 강제로 투입된다.
한 피해자는 “성과가 없으면 구타나 전기 고문이 이어졌다”며 “식사는 밥 반 공기와 국물 두 끼, 초코파이 한 개가 5달러였다”고 증언했다. 지난해에는 20대 한국인이 감금 중 사망했고, 또 다른 피해자는 혼수상태로 구조됐다.
단속에도 살아남는 범죄 생태계
캄보디아 정부는 올해 초 온라인 사기 전담 TF를 가동해 외국인 2,400여 명을 송환했다고 발표했지만, 현지 교민사회는 “범죄조직은 여전히 살아 있다”고 입을 모은다. 단속 직후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거나, 공권력과 거래해 피해자를 되팔기 때문이다. 특히 **따께오주·깜폿주·프놈펜 외곽의 ‘킹 프로젝트(King Project)’**로 불리는 범죄 단지는 여전히 운영 중이다.
“국민이 팔려가고 있다”…한국 정치권의 질타
국내 정치권은 정부의 미흡한 대응을 강하게 비판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는 “국민이 범죄조직의 상품처럼 거래되고 있다”며 외교부와 경찰청의 공조 대응 시스템 구축을 요구했다. 윤신웅 대한노인회 캄보디아 지회장은 “이건 단순한 해외 범죄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국가 위신과 국민 생명이 달린 문제”라며 정부의 직접 대응을 촉구했다.
전문가 “국제 공조 없이는 해결 불가”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온라인 도박과 인신매매가 결합한 신종 국제 범죄”로 정의한다. 이미 캄보디아뿐 아니라 미얀마·라오스·필리핀에서도 유사한 구조가 확인되고 있어 국제 공조 없이는 근본적 해결이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 정부는 현재 대통령실 직속 TF를 운영 중이며, 현지 공관에 ‘코리안 데스크’를 신설해 피해자 구출 및 귀국 지원에 나섰다. 그러나 여전히 다수의 한국인이 현지 범죄조직에 감금된 채 구조를 기다리고 있는 실정이다.